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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은 이후로는, 음악을 듣기가 무척 힘이 든다. 씨디장엔 먼지만 쌓여가고, 우리집에서 매일 들려오는 곡이란 '뽀롱 뽀롱 뽀로로' 일 뿐. 하지만 이렇게 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아기도 종일 잠을 자주고, 이런 날에야 난 겨우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클래식은, 내 경우에는 기악곡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은 센티멘탈한 사람 목소리가 그립다. 아까 12시 경부터 논스탑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비온 다음 날 내 블로그에는, '비오는 날 듣기 좋은 클래식' 이라는 검색 키워드가 빠지지 않고 방문자수도 다소 늘어난다. 그래서 써보는 포스팅. 좋은 음악은 같이 즐깁시다.
1. Roger Quilter - The English Song Series 11 전에 썼던 글에서도, 저렴하면서도 너무 멋진 이 낙소스 음반에서 한 곡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 음반에는 좋은 곡이 너무 많다. 그리고 대개는 비오는 날에 아주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크림을 잔뜩 넣은 모카 커피처럼 묵직하고 그윽한 보컬이 아주 매력적.1) The Rose of Tralee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이 곡을 듣고 있으니까, 언니가 느끼하다고 좀 끄라고 구박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살랑거리는, 달콤하고 느끼하고 촌스러운 것이 포크의 묘미가 아닐까나? 2) Believe Me, If All Those Endearing Young Charms 누구나 다 들어봤을 곡. 3) Ye Banks & Braes 5메가 넘으면 안 올라가는 듯. 3분짜리 곡 인데 2분 30초에서 잘랐다. 여운이 끊겨 이상해지지만...쩝.. 2. Richard Dyer-Bennet ![]() 뱅가드 클래식스의 음반. 지금은 없어져버린 레이블로, 오아시스에 합병되었다고 들었는데, 오아시스는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검색해보면 이 사람의 음반이 몇개 있기는 있는데..어디서 언급되는걸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왠지 나만 알고있는 숨겨진 보석같은 음반이어서 더욱 아껴 듣는다. 성악가보다는 음유시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 왠지 촌스러운 듯 정감가는 편안한 목소리. 이 음반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골라서.. 1) Down by the Sally Gardens 이것도 잘랐다. -,.- 파일 사이즈 제한 5메가는 너무 작아요..늘려주세효..예이츠 시에 아일랜드 전통 가락을 붙인 곡. 2) Venezuela 1차 세계대전 끝날 무렵에 항구에서 한 바베이도스 선원이 부르는 것을 존 제이콥 닐스가 채취해 출판한 곡. 난 이 음반에서 이 곡을 제일 좋아한다. 3. Ernest Chausson - Melodies 이 음반을 산게 12, 3년 전 쯤인데, 그 이후로 비만 오면 항상 꺼낸다. 비 안 올땐 안 듣는다. ;; 오늘같은 부슬비보다는 주룩주룩 퍼붓는 장마비에 더 어울린다. 따뜻한 양말과 스웨터와..손 안에는 뜨끈뜨끈한 달콤하고 진한 커피 한 사발이 쥐어져있어야 이 곡을 들을 수 있다는. 1) Hebe 프랑스인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이 독특한 멜랑꼬리~ 그득 그득 풍성하게 흘러넘치는 듯한, 나탈리 스튀츠망의 풍만한 음성.. 4. Vivent les Vacances ! 알파 레이블의 음반 중에 실망스러운 것이 없긴 하지만, 또 너무 좋은 이 음반. 알파는 고음악 팬들이 특히 사랑하는 레이블이어서, 수입되는 대로 금새 금새 품절이 되어버리지만, 이 바캉스 음반은 알파에서 그리 히트 친 음반은 못 된다. 쟈켓과 음악이 아주 잘 어우러진다. Jack Vettriano의 The picnic party의 부분인데, 베트리아노 그림이 다 좋지만 이렇게 늦여름 해질녘의 바닷가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특히 마음에 든다. 땀내와 소금내음,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결이 느껴지는 듯한 바캉스 그림들. 아...알파의 기획력이 존경스러워요. 1) Serenade - Gounod 흔히 듣는 구노의 세레나데이지만, 이 곡이 유독 좋다. 끈적 끈적 녹아내리는 사탕같은 달콤함에 늑적늑적 나른한 피로감이 뒤범벅. 2) D'un Coeur qui t'aime - Gounod 오늘은 특히 이 곡이 좋다. 촉촉하게 젖은 오늘 종일 이 곡에 취해있다... 아기는 아직도 잔다. 난 계속 계속 커피를 마셔대고 커피와 함께 초컬릿케잌도 먹어대고 있어서, 카페인 과다 섭취로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두통도 시작된다. 이쯤하고 아기랑 좀 자야겠다...아이고..이제 포스팅도 못 하겠다...파일 자르고 올리고..아기 엄마가 막간에 하기에는 힘든 작업이구나. 비오는 날 어울리는 기악곡도 몇가지 추려 함께 듣고싶지만...대개가 곡이 기니까 어차피 올리지도 못하는고로 포스팅은 불가능할 것 같다. 생각만 해봤는데, 오늘같이 부슬부슬 조용하게 내리는 봄비에는 말러 교향곡 4번 2악장이....좍좍 대단하게 쏟아지는 장마비에는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코랄이...스산한 가을비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4번이...추운 겨울비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비발디의 첼로소나타가 좋겠지...싶다. 사실 비오는 날 어울리는 곡은 너어무~ 많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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